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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었던 책들

[게놈 오디세이]당신의 유전자 족보를 만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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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놈은 유전자와 염색체를 합쳐놓은 단어이다.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가 쓴 10년간의 모험담이 담겨있는 재미난 이야기다.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만난 게놈 오디세이는 심장외과 의사인 유안 A애슐리가 2009년부터 2012년 책이 출간 될때 까지의 학자들의 유전자와의 고군분투를 그 옛날 모험담처럼 재미있게 써놓은 이야기이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은 부분은 문해력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글을 워낙 재미나게 써서 지루할 것 같은 제목에 지레 겁먹었었는데 내용이 훨씬 재미있는 책이었다.


  아픈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고 엄마 아빠 할머니까지 모두 신체적인 조건이 좋은 우리 가족은, 언니가 갑상선 암으로 수술할 때만 해도 우리 가족 같은 건강체질에 가족 중에 아무도 병이 있는 사람이 없는데라고 하면서 스트레스가 원인일 거라며 모두들 받아들이기가 힘들어했었다. 그 이후 아빠가 흔하지 않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야 우리 가족력에 암에 약한 인자가 있다고 의심해보고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난 후 친척마저 적어 가족력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없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정확한 유전자 정보가 없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살을 빼고 몸에 나쁜 음식을 피하는 정도로 병을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책에서 만난 사례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치료해서 희귀병조차도 극복해 나가는 과정들을 그리고 있다.

John West, formerly head of Solexa, a sequencing startup bought by Illumina in 2007, paid Illumina $40,000 per genome in 2009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래를 사는 것 같은 존 웨스트 가족 이야기이다. 공학자이자 사업가인 존 웨스트는 DNA 염기서열 분석을 하는 사람이다. 존은 몇 년 전 폐색전증을 겪었는데 와파린이라는 혈전치료제가 듣지 않았다. 혹시나 아이들에게 이상이 있을까 해서 온 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했었다. 의사인 작가도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드문 사례였는데 존이 검사 한때는 2010년였고 전가족 유전자 검사를 해서 17살 딸아이의 과학 숙제를 위해 분석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흔히 미래는 불공평하게 온다고 하더니 실리콘 밸리에 사는 이 가족에게는 앞서간 의료시스템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세계 최초의 핵가족 유전자 프로젝트의 의뢰로 최고의 전문가들로 팀이 꾸려지고 와파린 반응은 정상이고 남보다 피가 잘 굳는 선천적 성향 때문이라는 걸 알아냈다. 표본이 3개가 더 있으니 연관하여 연구한 뒤 22년 후 결과가 발표되었고 유전자 정보의 문턱을 훨씬 낮춘 계기가 되었다.
  내가 뉴욕에 처음 갔을 때 맨해튼 시내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진 적이 있다. 건물 위로 날아다니는 진일보한 간판이 한몫 더 했겠지만 거기 사람들은 한10년은 더 미래를 사는 것 같이 느껴졌다. 게놈 오디세이를 읽으며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유전학의 세상은 내가 아는 세상과 10~20년 앞서가는 느낌이었다. 유전자 분석 비용도 초창기에는 10만 달러가 넘게 들었는데 요즘은 100달러 안팎으로 대중화되고 있다고는 하니 이 낯선 이야기들도 불과 몇 년 안에 종합검진받으러 병원 가자는 말처럼 유전자 검사하러 병원 가고 그 검사도 의료보험 혜택이 되는 날이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유전자 가위로 암세포만 오려내서 치료하는 방법이 한국에서도 논문으로 나와 있는 시대이고(울산과학 기술원 명경제 교수) 미래엔)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서든 수 백만 인류의 유전체 정보 전문을 손쉽게 열람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한다. 그때쯤이면 유전자 검사로 원인을 찾고 유전자 가위로 병을 싹둑 잘라내서 치료해 버리고 희귀 유전자들과의 의학 버전 오디세이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출처: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