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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었던 책들

[전념] 전념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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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념 https://unsplash.com/@scaitlin82


나의 독서습관은 쓰면서 읽는 것이다. 필사, 초서 독서법은 좀 거창하고 조금씩 정리해서 써가면서 읽는 게 내가 생각하는 속도와 잘 맞아서이다. 그래서 속독도 잘 안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껍데기 이쁜 책을 좋아하는데 ‘전념’은 표지도 안 이쁘고 제목도 재미없어 보여서 미루고 미루다 읽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명언 대잔치라 서평 공책에 손목이 아프도록 옮겨 적은 반전 매력이 있는 책이다.
공감도 되는 점도 많고 예로든 사건들도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아서 작가 이름도 한 번 더 불러본다. 아무개가 유명 작가 이름 한 번 더 불러준다고 뭐 대수겠냐만은 좋았던 책에 대한 나만의 리츄얼이다.

'피터 데이비스'

나는 이렇게 공들인 글을 읽는 것이 좋다.

나는 독서활동 커뮤니티 안에서 유독 전념하고 싶지 않거나 못할
때가 많은데 이유를 이 책의 ‘유대가 주는 두려움’ 부분에서 찾았다.

유대는 내가 원하는것 이상으로 나를 노출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전념하려면 내 강점, 내 약점,능력,관심 등 나에 대한 많은 부분을 드러내야 한다... 이는 내가 취약한 부분을 전부 드러 내는 일이다. p177

글을 통해 ‘내’가 자꾸 드러나는 일들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 좋은 글임에도 소재를 바꿔 올리거나 삭제해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마음인 ‘평판 위협’이 컸던 것이다. 책에서의 답은 자신의 개인적 특성이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신하는 관계를 통해 정체성 형성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일기가 아닌 다음에야 남이 읽으라고 쓴 글인데 평판 위협은 당연히 있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평가들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이 글을 칭찬해주고 장문의 감상도 남겨주셨는데 서로에게 크고 작은 ‘전념’을 해주어 그 칭찬들이 그야말로 나의 정체성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의 글이 좀 더 솔직해지고 공감을 얻는 ‘전념’이 담긴 것이 되길 바라본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나는 미국 역사 부분에서 미국의 시민권 운동의 어머니 ‘로자 파크스’에 대한 작은 질문이 있었다. 버스의 백인 자리에 앉은 로자 파크스는 백인이 타자 일어나라는 기사의 말에 불복종해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흑인들이 버스 보이콧을 하였고 승리하여 로자는 흑인 인권운동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무리 승리한 개혁이라고 하지만 그날 백인 버스 의자에 앉은 그 사건 하나로 영웅이 된 것이 가능한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글에서 로자는 10년째 NAACP(미국흑인인권단체) 몽고메리 지부에서 서기를 맡고 있었고 버스 보이콧도 장장 381일간 계속되었다고 한다. 13개월간 같은 행위를 유지하려면 감정적인 분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래서 로자 파크스를 전념의 영웅으로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시민권 운동을 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도 공동체 신뢰를 얻고 끊임없는 회의와 집회 등 너무나도 평범한 반복적인 일상에 많은 시간을 쏟았고 보이콧 사건 이전부터 흑인 인권을 위해 지역 단체들에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고 하는 점이 무척 인상 적이었다. 지루함을 극복하는 꾸준함이 역사를 바꾸는 영웅들을 만든 것이다.

삶의 대의와 신념을 부여하는 것은 숭고하다. 그러나. 일상에 대의와 신념을 부여하는 것은 그보다 더 숭고하다. P104

https://unsplash.com/@honeyyanibel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의 두려움. 나만 빼고 세상은 멋지고 흥미로운 일이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말하는 말이다. 작가는 문화의 두 가지 유형으로 무한 탐색모드와 전념을 들고 있다. ‘인생은 경험이다’라는 나의 평소의 생각대로 나는 FOMO신드롬을 가진 정형적인 무한 탐색모드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취미 부자인 데다가 새해 다짐도 ‘매일 새로운 것 배우기’였으니 전념을 강조하는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찔렸다. 그러나 나는 20년이 넘게 같은 직업을 갖고 있고, 취미도 5년~10년 정도 꾸준히 한 것들이니 전념의 유형에도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책을 통해서 100번을 두들여도 실금 하나 가지 않다가 101번째 물방울에 바위가 둘로 갈라지는 석수 물방울에서 지혜를 얻었고 바라던 성과가 나지 않은 것은  한 방울씩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전념은 전력질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점도 함께 배우는 시간이였다.

  예수도 제자가 12명뿐이었어요. 그저 계속 나아갈 뿐이죠.. 그건 전력 질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랍니다.- 도리스 크렌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