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걷다보면 멋지고 늘씬하거나 귀엽고 앙팡져 걸음을 멈추고 한번 더 눈이 가는 애완견들이 많이 늘었다. 내가 어릴때 우리집에도 멍멍이가 있었는데 열마리중 한마리의 이름이였던 '쫑'이였다.그 위상이 오늘과 달라서 마당한켠에서 키웠지만 늙어 무지개 다리를 건널때까지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쫑과 아울러 흔했던 이름은 '백구'인데 하얀 개라는 뜻 답게 많은 흰색 개들은 백구로 불렸다.
예전에 오빠가 복사해온 분홍색 테잎에 양희은,김민기의 노래가 앞뒤로 빡빡하게 들어 있었고 그걸 마르고 닳도록 들었었다.그때 들었던 노래 '백구'는 가사가 무지하게 길었지만 끝까지 집중을 하면서 백구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했었다. 끝내 ...백구가 교통사고로 죽어서 징징 짰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머리를 띵~ 맞은 듯 했다. 노래가 이렇게 가사가 길고 이야기 하나가 다 들어가고 듣는 이의 기대와 다르게 새드 엔딩이라니...
게다가 젊은 양희은의 목소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매력에 힘도 느껴졌고 암튼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때도 지금도 언제나 양희은의 많은 노래중 나의 일번은 '백구'이다.
('그 사이에'와 '가을아침'이 좀 아슬아슬하게 이등,삼등이지만..)
들을때 마다 처음 들었을때의 기대감을 주는 동요같은 노래. 나에게는 '백구'이다.
백구
작곡 김민기 · 작사 김민기 · 노래 양희은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집에 살던 백구
해마다 봄, 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어느 해에 가을엔가
강아지를 낳다가
가엾은 우리 백구는
그만 쓰러져 버렸지
나하고 아빠 둘이서
백구를 품에 안고
학교 앞에 동물병원에
조심스레 찾아갔었지
무서운 가죽 끈에
입을 꽁꽁 묶인 채
멍하니 나만 빤히 쳐다봐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
하얀 옷에 의사 선생님 아픈 주사 놓으시는데
가엾은 우리 백구는
너무너무 아팠었나봐
주사를 채 다 맞기 전,
문 밖으로 달아나
어디 가는 거니 백구는 가는 길도 모르잖아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음음-
학교 문을 지켜주시는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우리 백구 못 봤느냐고
다급하게 물어봤더니
웬 하얀 개가 와서
쓰다듬어 달라길래
머리털을 쓸어줬더니
저리로 가더구나
토끼장이 있는 뒤뜰엔
아무 것도 뵈지 않았고
운동장에 노는 아이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줄넘기를 하는 아이
팔방하는 아이들아
우리 백구 어디있는지
알면 가르쳐 주려마
학교 문을 나서려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내 앞을 지나가면서
혼잣말로 하는 말씀이
웬 하얀 개 한 마리
길을 건너가려다
커다란 차에 치여서
그만..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음음-
백구를 안고 돌아와
뒷동산을 헤매이다가
빨갛게 핀 맨드래미꽃
그 곁에 묻어주었지
그날 밤엔 꿈을 꿨어
눈이 내리는 꿈을
철 이른 흰 눈 뒷산에
소복소복 쌓이던 꿈을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음음-
내가 아주 어릴 때에
같이 살던 백구는
나만 보면 괜히
으르릉!하고
심술을 부렸지
랄라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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