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은 올 것 같지 않지만 어김 없이 찾아올 예순 ,칠순,팔순 나이를 지난 아흔 살 할머니가 쓴 일기가 산뜻한 제목으로 찾아 왔다.
![](https://blog.kakaocdn.net/dn/OLaKO/btrh5ZExtMG/oHpfPmqh5LuYtbI7IuCGG0/img.jpg)
'체리 토마토 파이'
나는 70살 까지 끄적 거리고 만들고 그리고 놀던 것들을 80살 까지 정리하고 지우고 치우다가 하늘이 부르면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구순 노인이 할머니의 글에는 ' 왕년의 나' 는 없다. '현재'를 이야기 하고 오래 같이한 이웃의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를 단백하게 써 내려가는 잔 할머니의 일기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노인의 삶 이라는 카테고리로 크게 묶어 버리고 젊은이들이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 노년의 일상에 친구도 만나고 십자 낱말놀이, 손자들을 위해 냉장고에 요리 채우기,꽃밭 가꾸기등으로 소소한 재미를 누리며 90 인생을 사는 잔 할머니!
유명하고 알려진 인생만이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가까운 친구들과 엮어내는 보석 같은 하루하루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약해지는 몸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를 배워 본다.
내 이름은 잔이다. 나는 아흔 살이다 파리에서 두시간 반 떨어진 곳에 살고 남편 르네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혼자 산다고 해서 별다를 것도 없더라. 일단, 심심할 겨를이 없다. 그리고 내가 완전히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다. 커다란 우리 집에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한 이웃집이 있다.
나에게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이승보다 저승이 가까운 나이 인지라 먼저 간 친구들이 많다. 그래도 남은 친구들은 한주도 거르지 않고 성당 미사에서 얼굴을 보거나, 누구 집에서 식사나 다과를 함께 하거나,모여서 카드 놀이를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집안일을 도와 주는 앙젤이 있고 자기가 오고 싶을 때만 오지만 정원사도 있다.
10월 20일 화요일
내가 진짜 노망이 나려나보다.
어제 투아내트,자클린,질베르트를 초대해
커피로 부터 시작해 식사를 마친 후 후식을 내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겨울에 먹을 체리 까지 얼려두는데 이걸 녹여 체리 파이를 만들어 식혔다. 체리 파이가 식어야 더 맛있기 때문이다. 파이는 금갈색으로 잘 익어 졌고 파이를 한입 먹는 순간 잘 못 된걸 알았다. 냉동실에서 체리로 착각하고 체리 토마토( 방울 토마토)를 넣은 것이다.
전에도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는데 신부님을 집에 초대해 자신있는 호두 파이를 만들었는데 호두를 양파를 요리한 다지김기에 넣어 양파 냄세가 진동 하는 호두 파이를 모두 버린 적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 하면서 마음을 달래 본다. 어차피 옛날에도 없던 정신, 이제와 잃을 일은 없겠구나.
애들 한테 뭐라고 한마디 하면 별걸 다 트집 잡는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사람이 변했다 소리나 듣는다. 나는 트집쟁이가 된 게 아니라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
7월15일
희안 하게도 세월이 갈수록 죽음 앞에서 초연해 진다. 나와 생일이 사흘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사촌 앙리에트가 세상을 떠났다.
제일 골골 대던 사람이 먼저 가라는 법은 없더라 이제 다음 차례는 누구 일까?
나는 죽음 보다는 장례식을 상상하는데 투박하고 거칠어도 진솔한 것을 제일로 쳤던 르네가 매끄럽고 번들번들한 비단에 싸여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
손님을 맞이 할 꺼라면 좀 두꺼운 목재가 좋다. 나는 화장을 원하지 않는다. 주님 앞에 갈때 시커멓게 ㅡ을린 윳신을 끌고 가가고 싶진 않으니까. 너무 민망하지 않은 옷차림으로 죽음을 맞이 하면 좋겠다.무슨 옷을 입을 지도 생각 해봐야 하지 않을 까? 내가 신을 구두도 생각해 봐야 겠다.
![](https://blog.kakaocdn.net/dn/WxLbN/btrh9A47R5x/vI7BhMTQs0Neop4CCP48UK/img.jpg)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갔는데 60살 남자 의사도 할머니에겐 젊은 의사 이여서 속옷을 보이는 건 영 거북 하다고 한다. 여의사에게 맘 편하게 진료받고 마지막으로 유방 촬영을 하라고 하니 평생 안찍은 유방 엑스레이를 아흔 살에 처음으로 찍을 필요가 있을까라며 설령 몹쓸 암세포가 도사리고 있을 지 몰라도 할머니 나이에는 느릿느릿 진행 되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고 하신다.
나이가 들어도 여성임을 잃지 않고 나이가 들어 병약해지는 몸을 자연스레 받아 들이는 여유는 나이든 사람의 연륜이리라.
어떤이의 열심히 뛰고 운동 하는 이유가 150살 까지 사는게 목표여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보통은 재수 없으면 150살 까지 산다는데 그나이 까지 살 준비를 하고 있다니 ..오랜동안 여운이 남는 대답이였다. 오는 날은 알아도 가는 날은 그 누구도 모른다. 준비된 자만이 행운을 잡을수 있다는데 길어진 노년이 행운이고 복되게 하려면 몸도 마음도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읽고 싶었던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 메이너드 케인스]시대를 풍미한 경제학자. (0) | 2021.11.30 |
---|---|
[미드 나잇 라이브러리]감히 포기할 생각은 하지도 마! (0) | 2021.11.18 |
[ 머니룰]기분 좋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0) | 2021.10.15 |
[오늘 부터 나는 세계시민 입니다] (0) | 2021.10.09 |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나태주 시인 스페셜 에디션 (0) | 2021.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