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님이 유퀴즈에 나오셨을때 '약간 미쳐 있을때' 시가 나온다고 했는데 이렇게 이쁜 말들을 쏟아져 나온다면 기꺼이 '약간 미쳐도' 좋을듯 하다.
글도 말도 영상도 쎄지 않고 튀지 않으면 안 보아 주는 세상인지라 활자와 미디어가 주는 피로에 시달리고 있을때 이 시들은 내게 휴식의 공간이 되어줍니다.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
두 여자
한 여자로 부터
버림받는 순간
나는 시인이 되었고
한 여자로 부터
용납되는 순간
나는 남편이 되었다.
*
이 봄날에
봄날에, 이 봄날에
살아만 있다면
다시 한번 실연을 당하고
밤을 세워
머리를 벽에 쥐어박으며
운다해도 나쁘지 않겠다.
우리들의 푸른 지구 2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하는 말
우리 오래 만나자
사랑하겠다는 말 대신에 하는 대답
우리 함께 오래 있어요.
날마다 푸른 지구
내일 더욱 푸른 지구
오늘은 네가 나에게 지구이고
내가 너에게 지구이다.
(진작 알았으면 나에게도 길이 되었을 말씀입니다.)
어린 낙타2
날마다 네 마음속
어린 낙타 한 마리를 깨워
길을 떠나라
아직은 어린 낙타이니
그의 등에 타지는 말고
옆에 서서 함께 걸어라
낙타가 걸으면 걷고
낙타가 쉬면 쉬고
낙타가 바라 보는 곳을 따라서 바라볼 일이다
때로는 낙타가 뜯어 먹는 낙타 풀도 먹어야 하겠지만
부디 입술이나 잇몸에서
피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라
네 마음속 어린 낙타 한 마리가
너의 스승이며 이웃이며
처음이자 마지막
길동무임을 잊지 말아라.
(너무 오랜동안 나의 낙타를 돌보지 않았다. 무엇이 그리 바빠 잊고 살았을까. 그를 잊은 나를 낙타는 서운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곁에 늘 있었는데도 쓸쓸하고 외로워 한 나를 바라보고 안타까웠을 낙타는 어느덧 나와 같이 나이가 들어 있을까.귀를 기울이면 다시 낙타의 다정한 말을 들을수 있을까...)
*
잠들기 전 기도
하느님 오늘도 하루
잘 살고 죽습니다
내일 아침 잊지 말고
깨워 주십시오.
이쁜 말아 많아 필사도 많아 했고 더 소개 하고픈 시도 많지만 시집에서 더 만나 보길 권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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